미사는 신자들을 위해서만 봉헌되나요?
미사는 산 이와 죽은 이, 신자와 비신자, 개인이든 단체든 구별 없이 어느 누구를 위해서든 봉헌될 수 있습니다. 미사 지향은 하느님께 자기 자신을 봉헌했던 그리스도의 모습처럼, 신자들 역시 미사 중 하느님께 자신의 기도와 염원을 봉헌하려는 의지를 말합니다. 미사 봉헌을 통해 죽은이들이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확신으로 미사를 바쳐 온 것은 이미 2세기에 시작된 오래된 교회의 관습입니다.
한국의 교회법이라 할 수 있는 「한국천주교 사목지침서」 제84항에서도 “1항: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세례받지 아니한 사람을 위하여서도 미사 지향을 두고 미사를 집전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그러므로 어느 누구도 하느님의 은총에서 제외되지 않으며, 누구라도 하느님의 은총을 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가톨릭교회는 죽은 비가톨릭 그리스도인들(교황수위권을 인정하지 않는 개신교, 성공회, 동방정교회[orthodox])을 위해서는 공적인 미사가 아닌 사적인 미사만을 봉헌하도록 하였습니다. 비가톨릭 그리스도교와 교회적 친교를 맺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1976년 바오로 6세가 인준한 신앙교리성의 교령 「Accidit in Diversis」에서는 비가톨릭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사적 미사 관련 규정을 폐지하면서 그들을 위한 공적 미사를 봉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가톨릭 신자를 위한 미사 지향이 교회적 친교를 해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물론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첫째, 관계자들의 명확한 요청. 둘째, 추문 가능성에 대한 교구장의 판단 여부)
또한 교회법 제946조에 따라, 사제는 미사 지향에 따른 예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 미사 예물을 봉헌했는데, 예물 봉투에 기록한 이름을 주례 사제가 읽어 주지 않았다고 언성을 높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미사 지향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사 지향은 말 그대로 봉헌자의 기도와 염원이지, 미사의 은혜를 돈으로 사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적인 전례행위인 미사는 ‘개인 소유의 미사, 내가 산 미사’가 될 수 없습니다.
한국교회는 사제 생활의 평준화를 이루기 위하여 ‘미사 예물 공유화’라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즉 교구가 정한 일정액을 사제의 몫으로 하고 나머지 예물을 전부 교구로 헌납하는 제도입니다(「한국천주교 사목지침서」제86항). 물론 사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예물이 적거나 예물이 없더라도 미사 지향이 들어온다면 미사를 집전해 주어야 합니다(교회법 제945조 2항).
글 | 김의태 베네딕토 신부(교구 제1심 법원 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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